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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6월 25일이 다가왔고 우리 학교는 방학을 하였다. 나는 한 학기 동안 자동차 생산 기계가 된 것 마냥 정해진 범주 안에서만 작동하는 기계처럼 매일 수업을 들었다.

 

게임 속 주인공이 매번 퀘스트를 받아 적들을 물리쳐 나가 듯이 끝없는 과제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정신줄 잡으며 끝까지 정진했다. 이번 학기가 여느 때와 달리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많이 힘들었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연기 수업을 죽은 사람처럼 들으면서 연기할 때는 살아 있어야 하니... 연기란 게 정말 힘든 것 같다. 입시할 때는 무작정 열정, 끈기만 가지고 온몸으로 부딪혔는데 대학 와서는 전공에 대해 깊이 공부해서 그런지 '알면 알수록 어렵다'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 

 

굳이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다른 친구들과 연기 실력을 비교해 봤을 때 엄청 잘하는 것이 아니기에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생각 많아지는 밤이다.

 

사실 이런 생각은 지금이 아니더라도 학기 중에도 많이 고민해 왔던 문제이다. 나는 나를 믿기 때문에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성공할 거라는 믿음이 있지만 연기라는 건 도저히 예측 불가에 답이 없는 것 같다.

 

애초에 연기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기는 객관적인 것보다 주관적인 것이고 텍스트로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를 향해 끊임없이 자신을 고치고 프로그래밍해야 한다.

 

어떤 인물이 맡았든 간에 그 인물을 이해하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하고 비로소 나 자신이 그 인물이 되었을 때 살아 있는 연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입시 연기처럼 설계하고 반복해서 체화시키면 되는 것이 아니다.

 

입시 연기와 대학에서 가르침 받는 연기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대학 들어와서 입시 연기가 통하지를 않았다. 연극영화과에 진학하였다면 가장 중요한 건 비워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 본인이 오랜 기간 동안 훈련했던 것들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비워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만드는 것, 그것이 정말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쓰고 있는데 기계처럼 연기 공부하던 나의 한이 심하게 맺혀서 그런지 자꾸 배가 산으로 간다. 아무튼 나는 연기 외에도 내가 잘하는 것이나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하였다. 연기 이외의 것들을 생각하고 실행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나는 그 쉽지 않은 일에 한 발을 딛는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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